죽기 전에 풀코스 한 번은 뛰어봐야지

제가 러닝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죽기 전에 풀코스 한 번은 뛰어봐야지.”

그 말이 계기가 됐습니다. 처음부터 기록을 잘 내려고 시작한 것도, 대단한 러너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한 번은 끝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취미로 10km를 뛰다가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풀코스에도 도전하고 싶었지만, 국내 대회의 제한 시간을 넘기면 완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설였습니다. 그래서 제한 시간 부담이 적다고 들었던 호놀룰루 마라톤에 도전했고, 풀코스를 세 번 완주했습니다. 기록은 4시간 20분대에서 4시간 40분대였습니다. 빠른 기록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풀코스를 세 번 끝까지 갔다는 사실은 제게 의미가 있습니다. 하프마라톤은 한 번, 10km 대회는 열 번 넘게 뛰었습니다.

2006년 11월 13일, 제 첫 호놀룰루 마라톤 풀코스 완주 사진입니다. 어느덧 20년 가까이 지난 사진이네요.

지금은 몸이 무거워져 예전처럼 달리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러닝을 시작하려는 회원님들에게 더 말해주고 싶습니다. 예전에 얼마나 뛰었든, 오늘 운동은 지금의 몸에서 시작해야 한다고요. 걷기부터 천천히 시작해보세요.

러닝이 좋은 건 시합을 나가서만은 아닙니다

러닝은 복잡한 기구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발에 맞는 운동화와 안전한 길이 있다면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대회를 목표로 삼고, 누군가는 짧게 달리는 시간을 일상에 넣습니다. 꼭 마라톤 대회에 나가야 러닝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면 심폐 건강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분과 수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NHS의 초보자 러닝 안내와 CDC의 신체활동 자료에서도 이런 이점을 설명합니다. 다만 누구나 매번 달리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거나, 달리기만으로 모든 건강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뛰었으니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된다”는 계산은 잘 맞지 않습니다. 운동과 평소 식사를 함께 봐야 합니다. 땀이 많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체지방이 그만큼 줄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좋은 운동이어도 무리하면 쉬어야 합니다

러닝의 부담은 달리는 동안 발과 다리에 같은 움직임이 반복된다는 데 있습니다. 무릎이나 정강이, 발뒤꿈치, 아킬레스건 주변에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몸이 적응하기 전에 거리나 속도를 급하게 늘리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달리면 반드시 무릎이 망가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해 온 운동, 통증이나 부상 이력, 달리는 양과 회복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저는 “몇 kg 이상이면 뛰면 안 된다”는 숫자 하나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걷기부터 편한지, 짧게 달렸을 때와 다음 날 몸이 어떤지가 더 구체적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거리를 준비하면 운동 시간도 많이 필요합니다. 근력 운동과 일을 하면서 장거리까지 챙기려면 피로와 휴식 시간을 생각해야 합니다. 거리를 채우는 데만 집중하다가 부상을 당하거나 수면이나 식사를 놓치면 운동을 오래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쉬지 않고 달리려고 하지 마세요

처음 시작한다면 걷기와 달리기를 섞어도 괜찮습니다. NHS의 Couch to 5K도 첫 주에는 짧게 달리고 걷는 시간을 번갈아 배치하며, 달리는 날 사이에 쉬는 날을 둡니다. 그 계획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걷는 구간을 넣는 것이 초보자에게 자연스러운 시작이라는 점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먼저 편하게 걷고, 몸 상태가 괜찮다면 짧게 천천히 달려보세요. 숨이 너무 차면 걷기로 돌아와도 됩니다. 첫날부터 5km나 10km를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한 운동이 다음 운동을 못 하게 만들 만큼 힘들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속도를 고를 때는 대화가 가능한지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CDC는 중간 강도의 유산소 활동에서는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하기는 어렵고, 높은 강도에서는 숨을 쉬려고 멈추지 않으면 몇 마디 이상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처음부터 말을 거의 못 할 정도로 숨차게 달리려고 애쓰지는 마세요. 같은 속도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강도는 다릅니다.

거리와 속도, 달리는 날을 한꺼번에 늘리기보다 현재 운동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두세요. 하루 잘 뛰었다고 바로 다음 목표를 크게 올리기보다는, 운동 중과 다음 날의 피로와 통증을 보고 조절하는 편을 권합니다.

다시 시작한다면 첫 주는 이렇게 잡겠습니다

과거 완주 기록이 있어도 지금의 몸으로 같은 거리를 바로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는 통증 없이 걷기가 가능한 성인이 걷기와 달리기를 섞어 시작하는 설명용 예시입니다. 제 마라톤 준비 때의 실제 훈련 기록은 아닙니다.

첫 주 일정 예시운동 구성확인할 점
월요일5분 걷기 → 천천히 1분 달리기·1분 30초 걷기를 6회 → 5분 걷기
총 약 25분
말하기 어려울 만큼 숨차지 않은지, 통증이 없는지
화요일휴식 또는 편한 걷기다음 날 걸음과 일상에 불편함이 있는지
수요일월요일 구성을 편안하게 마쳤다면 같은 구성 반복거리나 속도를 바로 늘리지 않고 반응 확인
목요일휴식 또는 편한 걷기피로가 쌓이면 금요일 계획 줄이기
금요일몸 상태가 괜찮다면 같은 구성, 부담스럽다면 걷기로 변경세 번을 채우려고 통증을 참고 뛰지 않기
주말쉬거나 편하게 걷고 다음 주 일정 정하기시간·장소·신발에서 불편했던 점 적기

NHS의 Couch to 5K가 사용하는 짧은 달리기와 걷기 병행 방식을 참고하되 반복 횟수는 이 글의 예시로 구성했습니다. 공식 프로그램을 그대로 옮긴 표가 아닙니다. 걷기도 불편하거나 첫 구성부터 버겁다면 달리는 구간을 빼고 편하게 걷는 데서 시작하세요.

운동 뒤에는 “몇 km를 채웠다” 외에 달린 시간, 숨찬 정도, 통증 여부와 다음 날 상태를 적어보세요. 부담 없이 반복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기록입니다. 근력 운동도 함께 구성하고 싶다면 주 2~3일 전신 운동 예시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회원님들에게 러닝을 권한다면 이것부터 확인하고 싶습니다

운동화는 유행하는 모델보다 발에 편하게 맞는지를 먼저 보세요. 발가락이 눌리거나 뒤꿈치가 쓸리지 않는지, 실제로 걷고 가볍게 달렸을 때 불편하지 않은지 확인하면 됩니다. 비싼 신발이 자세와 훈련량을 대신해주지는 않습니다.

길과 날씨도 운동의 일부입니다. 차량과 자전거, 다른 보행자를 살피고, 어두운 시간에는 밝은 길과 눈에 잘 띄는 옷을 고르세요. 이어폰 때문에 주변 소리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덥고 습한 날에는 평소 거리를 고집하지 마세요. 더 서늘한 시간에 움직이거나 운동을 줄이고, 물을 마실 수 있는 곳도 생각해두세요.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평소와 다른 심한 무력감이 생기면 멈추고 시원한 곳에서 도움을 받으세요. 의식이 흐려지거나 쓰러지면 즉시 119를 요청해야 합니다.

달리는 중 특정 부위가 아프거나 통증 때문에 걸음이 달라진다면 남은 거리를 채우려고 버티지 마세요. 쉬어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붓고 걷기 힘들다면 진료를 받는 편이 좋습니다. 운동 중 가슴이 조이거나 심한 호흡곤란, 실신이 생기면 즉시 중단하고 응급 도움을 요청하세요. 심장질환 등 기존 질환이 있거나 운동을 시작해도 될지 걱정된다면 시작 전에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저의 목표는 풀코스였지만 회원님들의 목표는 풀코스가 아니어도 됩니다

저는 “죽기 전에 풀코스 한 번은 뛰어봐야지”라는 말 덕분에 러닝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호놀룰루에서 세 번 완주했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 때문에 모든 회원에게 풀코스를 목표로 잡으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집 근처를 걷다가 잠깐 달려보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익숙해지면 조금 더 달릴 수 있고, 대회가 궁금해지면 그때 준비해도 됩니다. 누구의 기록을 따라가는 것보다 내가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는지를 먼저 보셨으면 합니다.

지금의 저도 다시 시작한다면 예전 완주 기록부터 꺼내지는 않겠습니다. 오늘의 몸으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데서 시작할 겁니다. 풀코스를 세 번 뛰었던 사람도, 이제 운동화를 신는 사람도 시작할 때 확인할 것은 같습니다. 오늘 내 몸이 어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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